사는 이야기 54

며칠 집을 비우려니

걸리는게 너무 많다. 며칠전 알에서 깬 병아리 세마리와 알을 품은 닭들과 눈만 뜨면 나를 해바라기 하는 강아지 두마리와 밥만 먹고 사라지는 고양이, 화분에서 꽃 피고있는 제라늄과 나리와 키 작은 장미는 오늘처럼 더우면 매일 물을 주어야 하는데....메모지에 이것저것 부탁 할것을 적어도 평소에는 남편이 쳐다보지도 않던 것들이라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더구나 나 없으면 빵과 라면이 주식이 될 영감도.... 백내장 수술 하기로 예약 한 안과가, 두 딸과 내 친구와 그딸이 수술 한 믿을 수있는 곳이라고 강남까지 가는데, 파주에서 왕복이 네시간이다. 수술후 오가는게 무리여서 하남으로 이사간 딸이 병원으로 데리러 오기로 하고 딸네 집에서 이틀을 자야하는 스케줄이라 삼일을 남편한데 맡기고 가야 하는데 오이지 무치고,..

사는 이야기 2022.06.21

덤으로 자가격리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주에 독일서 용감무쌍하게 처들어 온 딸에게 파주시에서 구호물품을 보내 왔다. 열흘간 자가격리 하면서 먹고 쓰라고 보내 준 물품에는 정말 궁한대로 꼼짝 않고도 열흘은 살만한 양의 일회용 인스턴트 식품과 초고파이 구운 김, 햇반 생수등이 한상자 가득 들어 있었다. 4년만에 만난 부녀, 일단 한잔 하고... 보쌈 이게 제일 먹고 싶었다고.....

사는 이야기 2021.12.31

산책

가까이에 몇년전 만들어진 둘레길이 있는데, 혼자 다니기엔 너무 호젓해서 아직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다리가 안좋아서 엄두를 못내던 남편이 모처럼 용기를 냈다. 낙엽이 쌓여서 포근한 이런 길은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정상에 장원 종이라고 이름하는 예쁜 종이 있다. 마음속에 소원을 담아 아홉번을 치라고 하는데, 아무생각없이 한번 쳐 보았다. 종의 크기에 비해 맑은 종소리가 아주 크게 울려 퍼졌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북쪽에 우리 공장이 보인다. 11년동안 열심히 일했던 곳을 지금은 다른 공장에 임대 해주고있다. 임진강은 얼어있고, 저 건너 왼쪽 어디쯤에 개성 공단이 있을것이다. 멀리 뾰족뾰족하게 보이는곳이 송악산이다. 아주 맑은 날에만 볼 수 있다는데, 며칠 전 날씨가 맑은 날 ..

사는 이야기 2021.01.07

가을 콩잎

경상도 토박이인 남편과 살면서, 너무많은 생활습관과 음식문화의 차이 때문에 난감했던 세월이 꽤 오랜기간 이어졌었다. 그중 한가지가 충청도에서는 "소나줘유~~"하는 콩잎이다. 남편의 고향에서는 여름에 순집어 준 연한 콩잎은 물김치를 담아먹고 가을에 노랗게 단풍든 콩잎은 소금물에 삭히고 삶아서, 멸치액젓에 가진 양념을 해서 특별한 겨울반찬으로 먹는다. 여름 콩잎김치는 풋내와 콩비린내가 났고, 겨울에 먹는 삭힌 콩잎은 젓갈냄새에 섞여서 콤콤한 냄새가 났다. 그걸 좋아하는 남편은 어머님께 부탁해서 가을콩잎을 삭혀보내 달라고 하면, 손이크신 어머니께서는 아주 많이 장만 해 보내 주시면서 만들어서 동서들하고 나누어 먹으라고 하셨다. 어느해 그걸 만질 줄 몰라서 몽땅 망친 기억도있고,일단은 본적도 없는 음식이고 내가..

사는 이야기 202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