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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열다섯살이라고 믿기지 않게 예쁘고 건강했던 우리 추아프다. 신부전에 고혈압 진단을 받고 입원 두차례, 달래처럼 병원에 있다가 죽게 할 수 없어서 집에 데려왔다. 혈압 치료약을 먹으면 신부전 수치가 꼭대기로 올라가고, 안먹이면 혈압이 올라간다. 밥을 안먹으려 해서 애기처럼 안고 떠 먹이고 하루 한번 수액 50cc를 주사 해 줘야한다. 조금 기운 차린날 산책에 나섰다. 구파발천에 오리가 짝을 지어 물질을 한다. 물끄러미....추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두포리에 와서. 초동에 얼어 죽은 다육이 화분들을 정리했다. 삼십년을 함께 한 군자란도. 이제는 의젓했던 소싯적 모습은 아니다. 얼고 남은 잎 사이에서 간신히 꽃 봉오리 다섯 촉이올라오고있었다.꽃밭에는 상사화, 수선화가 비슷하게 생긴 싹을 올리고 있다.봄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23

눈.....

마지막 일지도 모를 눈이 나무에 꽃이 되었다. 맥없이 앉아 있다가 옆 동네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고 주섬주섬 등산화만 챙겨 앵봉산으로 향했다. 산을 넘어가면 서오릉으로 향해 있는 길이라고 하는데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서오릉은 벚꽃 피는 봄에 가기로 하고 벚꽃 못지않은 눈꽃 구경을 했다. 이렇게 예쁜것들도 친구가 없으면 누구와 함께 즐기겠는가. 서울로 이사온 후 만나게 된 친구들 중 한 명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2.22

건망증

겨울동안 억지로라도 움직일 구실을 만들려고 왕복 50분 거리에 있는 라인댄스 교실에 등록했었다. 월 수 금 을 가는데 월요일은 11시, 수.금요일은 10시에 시작이다. 며칠전 수요일에는 월요일인줄 알고 느긋하게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남편이 몇시까지 오느냐고 물었다. 갔다오면, 함께 두포리에 가려고 하는데 오늘 왜 늦게 나가냐고? 생각하니 열시까지 가야하는 날이었다. 머리가 멍 해졌다. 이런 이런......이제는 날짜가는것도 모르고 사는구나. 오늘은 아침부터 TV삼매경에 있는데 함께 다니는 친구한데서 전화가왔다. 왜 또 안나왔어? 응? 오늘이 뭔 날인데? 오늘 수요일이야.... 어머, 그래? 또 빠졌네.ㅜㅜ 전화끊고 어떻게 된거지? 이제는 어제 오늘도 구별이 언되는건가?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아이..

카테고리 없음 2024.02.13

어떤 선물

내일모레가 설이다. 예전에 어렵게 조그만 사업을 할 때, 명절이 다가오면 물품 대금 어음으로 받아서 은행에 뛰어다니며 할인해서, 외상값, 직원들 떡값 나눠주고 거래처에 인사(선물)하고 나면 어떤 때는 우리 명절 지낼 돈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거래처에서 보내준 고기나 과일을 요긴하게 쓰기도 했다. 지금은 모두 끝이 나고, 습관적으로 오던 선물도 이제는 고사하고, 부담 없는 두세 군데, 아직 한 자락 걸쳐있는 은행에서 올해 천정부지인 과일을 한 상자, 공장이 있는 두포리 부녀회에서 떡국떡, 그리고 남편이 감사로 돼있는 시동생 회사에서 고기를 보내줘서 돈 안 들이고 설을 잘 쇨 것 같다. 어젯밤에는 뜬금없이 늦은 시간에 누군가 현관벨을 울렸다. 모니터로 보니 아랫집 젊은이가 아들 둘을 손잡고 서 있..

카테고리 없음 2024.02.08

봄날(?)

날씨가 왜이럴까? 추위가 무서운데 춥지 않으니 좋긴하다, 어쨌든 창문 열고,거실 가득 들어 온 햇살에 이불도 널고, 베개도 바람을 쐰다. 독감으로 일주일 가까이 고생하고, 나을만 할때, 남편이 이유없이 옆구리가 아프다며 잠도 못자고 앓았다. 병원에서 초음파도 하고 혈액 검사도 했지만 딱히 집어내지를 못하고, 하루하루 차도없이 날짜가 갔다. 그러다가 아들이 근육통 아닐까요? 다친적은 없느냐고 물으니, 열흘전쯤 낚시를 갔을때 배에서 심하게 넘어졌었다고...., 아마도 그 후유증 인것 같다. 통풍이 겹쳐서 통풍약을 먹고는 통증이 가라 앉았다. 통풍약은 진통제가 일반 진통제보다 두배쯤 강하다. 이래 저래 두 늙은이가 병원으로, 약으로 세월을 보냈다. 어느새 12월도 중순에 접어드는데 모든게 이상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3.12.10

둘째 딸의 직업

딸아이는 조소를 전공했는데 내게는 참 난해한 예술분야다. 그림도 아니고 조각도 아닌....설치 미술의 접목 쯤 으로 이해를 하면 될지 모르겠다. 스므해를 공부했어도 결론이 나지 않고...아직 교수도 아니고 이름있는 작가도 아닌, 그냥 가난한 작가다. 방바닥에 휴지를 버린것 같은데 이것도 작품이다. 아들,며느리가 휴가를 내어 독일까지 전시회를 봐주러 갔다. 내 대신 가 보아 줄 아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3.11.28

한 글자 차이

어느날 카톡을 훝어 보다가 오래 연락 안하고 지낸 친구의 카스토리가 뜨기에 무심코 들여다 보는데. (그동안 보살펴 주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아버님은 편한곳에 잘 모셔드렸습니다.) 이런 문구가 프로필에 떴다. 아니, 이친구가 아버님 부고를 안알리고 넘어갔네?하며 자세히보니, 친구의 아들이 친구의 카스토리에 쓴 글이다. 친구가 별세를 한거였다. 이친구는 내가 일산서 일 할때 가까운곳에 살아서.남편과도 가까이 지내던 남자동창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같은반을 했었는데, 유난히 얼굴이 하얗고 얌전해서 기억에 남았던 친구다. 일산에서 우리공장과 이웃이 되어, 연말이면 정발산 복집에서, 송년회도 하고, 일산에 사는 몇몇 남자 동창들과 남편이 한잔하러 뜬금없이 모이기도했었다. 술 못마시는 치과친구, 맥주 마니아인 홍..

카테고리 없음 2023.11.16

내 강아지 달래

여행 가기전 기침도 하고 호흡도 조금 불안정한 달래를 병원에서 약 처방 받고, 나만큼 달래를 아끼는 언니에게 맡기고 마음 편히 비행기를 탔었다. 귀국 삼일 남긴 날 나를 기다리며 밤마다 내 방문앞에 앉아 있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밤에 악몽을 꾸며 남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보고 무슨 마음인지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던 달래. 이제 만 14년에서 두달이 모자른 달래를, 좀더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낮에는 병원에 입원 밤에는 퇴원,집에서 밤샘 나흘째 되는 오늘 병원 치료 끝내고 데리러 간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고 돌아서서 누워버렸다. 달래가 갔다. 늙었어도 아기 같고, 순해서 짖을 줄도 모르던 내 강아지....,달래야. 안녕~ 착하기만 했던 달래야, 편한곳으로 잘 가거라. 사랑한다. 사랑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3.10.26

캐나다의 단풍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가을에 캐나다로 가면 어디서든 단풍을 볼 수있는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가 3월달에 예약 했던 패키지 상품은 로키산맥을 버스로 돌고, 끝도없는 소나무 숲을 관람하는거였다. 그리하여 버스와 도보와 케이블카를 타고 로키산맥의 한쪽을 둘러보는 3박4일의 일정에 눈도 오고 비도오고 빙산을 보고 빙하를 보고.... 춥고 궂은 날씨에 짜증도 나는데 긴 버스 이동중 4일 내내 예쁘고 건강미 넘치는 승무원 출신 여자 가이드의 재치있는 언어와 동시에 쏟아내는 영어 + 우리 말 안내가,지루함을 잊고 우리를 웃게했다. 단풍 없는 로키에서 태고의 모습처럼 웅장하고, 경이로운 자연을 만난 우리들은, 움직이는 한갖 작은 생물이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