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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물

가을사랑 이야기 2024. 2. 8. 11:33

 

내일모레가 설이다.
예전에 어렵게 조그만 사업을 할 때,
명절이 다가오면 물품 대금 어음으로 받아서
은행에 뛰어다니며 할인해서, 외상값,
직원들 떡값 나눠주고 거래처에 인사(선물)하고 나면 어떤 때는 우리 명절 지낼 돈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거래처에서 보내준 고기나 과일을 요긴하게 쓰기도 했다.
지금은 모두 끝이 나고, 습관적으로 오던 선물도
이제는 고사하고, 부담 없는 두세 군데, 아직 한 자락 걸쳐있는 은행에서 올해 천정부지인 과일을 한 상자, 공장이 있는 두포리 부녀회에서 떡국떡, 그리고 남편이 감사로 돼있는 시동생 회사에서 고기를 보내줘서 돈 안 들이고 설을 잘 쇨 것 같다.

어젯밤에는 뜬금없이 늦은 시간에 누군가 현관벨을 울렸다.
모니터로 보니 아랫집 젊은이가 아들 둘을 손잡고 서 있었다. 문을 열고 이 시간에 웬일이냐고 물으니, 손에 들고 온 버섯 선물 상자를 내밀면서 겸사겸사.... 감사해서요. 했다.
사실 처음 이사했을 때 윗집에서는 도대체 누가 살길래 밤낮없이 뛰는 소리가 그것도 크고 작고
통통 거리고 쿵쾅거리나.... 그랬다.
어느 날 엘베에서 젊은 아빠를 만났다.
우리 위층을 누르고 나는 그 아래층을 누르고 가는 동안 주눅 든 모습으로 많이 시끄럽지요? 하는 모습을 보고,  밤에 잘 시간에만 좀 신경 써줘요. 했었다.
애기가 몇. 명? 하니까 셋이라고...
아유, 애국자네 같이 키웁시다. 했더니 너무 고마워했다.
아이스크림 몇 개 사들고 올라가서 너무 주눅 들지 말고 천천히 교육을 시키라고..... 했었다.

나도 아이 셋을 길렀지만 요즘 애 하나도 힘들다고  독박육아니 뭐니 하면서 난리인데 애 엄마도 참 대단하고 기특했다.
내 아들보다도 젊어 보이는데 요즘 보기 드문 애국자 부부다.
선물 받은 버섯은 전도 부치고 잡채에도 넣어서 잘 먹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