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62

고양이를 부탁해

하루에 한번은 닭장과 화분을 넣어둔 컨테이너 하우스에 다녀와야 하는데, 딸이 와 있는동안 못 간날이 많았다. 닭장은 세입 공장 직원중에 태국 사람 하나를 잘 사귀어 놓은 덕에 아침저녁 물과 사료주고, 난로 관리하는것을 맡긴 대신 계란을 가져다 먹으라 했고 컨테이너 안에 있는 식물 화분은 얼지 않으면 살고 있으니, 별 걱정이 없다. 가끔 눈에 띄는 작은 고양이 두 녀석이 이 혹한에 굶어 죽지나 않을까. 냉동실에서 먹을 수 있는걸 꺼내 녹여 주고 물을 갈아 주지만, 매번 얼어있는 물... 그래도 간을 하지 않은 고기나 생선을 먹고가니, 살아있기는 한가보다. 밤에 들어와서 자고 가는지 뚜껑이 열린 날이 있어서 무거운 쇳덩이를 얹어놓았다. 봄이 올때까지 잘 견딘다 해도 전염병이 돌면, 전멸하는 가엾은 길 고양이..

주변에서 2022.01.15

강냉이가 익거든

비 그친뒤 들마루에 앉아 있으니, 골골이 안개낀 첩첩산중에 와있는듯..마음까지 이상하다. 앞 공장의 판넬 지붕이 옥의 티라고 해야 할까? 남편이 날마다 정성을 다해 기르는 참깨 밭. 내 키만큼 웃자란 참깨를 장마와 바람에 쓰러질세라 묶고 또 묶어서 아직은 무사하다. 강냉이가 익거든 와 자셔도 좋소. 코로나 때문에 전철 타기를 꺼리니, 누가 올 사람이나 있을까만은. 며칠새 따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옥수수 수염이 벌써 반쯤 숫이 줄었다.

주변에서 2020.07.20

해후

수박풀 네가 아주 간줄 알았다. 작년에 보이지 않길래, 네가 살곳이 아니라고 아주 가버린줄 알았다. 애써 심고 가꾸지 않아도 해마다 알아서 자라나 어느날 짠~하고 꽃을 보여주는 야생의 꽃들 중에 유독 세를 불리지 못하고 한 두포기 명맥만 이어 오다가. 작년애는 얼굴도 못보고 잊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해마다 피던 자리도 아닌, 다른곳에서 어느날 싱싱하게 우뚝 자라나서 강아지들의 아침 산책길에 이렇게 환한 얼굴로 반겨주었다. 반갑기로는 동지섣달 꽃본듯? 아니, 죽은 친구가 살아 온 듯?(아이고...이건 아닌것 같다) 아무튼... 어쩌면 작년에는 남편손에 잡초와 함께 뽑혀 나깄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밭에서 일하는 남정네를 불러서 보여주고 잎을 조금 뜯어서 냄새도 맡아주고, 신신 당부는 했지만, 어느날 씨도 ..

주변에서 2020.07.17

접시꽃

접시꽃 당신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밭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접시꽃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접시꽃이 핀 집에는 거의 나이가 지긋 한 여인네가 살고있다. 도종환 시인의 시 때문에 그시절을 지나 온 사람들이 접시꽃을 좋아 하는걸까? 지난해에 빨간 접시꽃 씨앗을 받아서 키운 포기에서 좀 다른 색의 꽃이 피었다. 오랜 가뭄 끝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 한 날. 타들어가던 초목들이 기뻐하는것 같다 싱싱해 지고 푸르러 지고, 내일이면 덩달아 잡초가 더 무성 해지겠지만, 오늘은 일단 행복하다.

주변에서 2020.06.24

먼곳에서 온 것들

봄꽃은 지고, 여름꽃은 이제 시작이다. 그래서 꽃밭이 조금 썰렁한데, 늦게 피어서 아직 건재한 샤스타 데이지와 이른봄 싹띄웠던 사포나리아 라는 낮선 이름의 이 꽃이 한창이다. 너무 오랜만에 낮가림 하는 블로그를 뒤적이다가 뭔가 달라졌다고 해서 연습 중인데, 이미지가 이렇게 크게 올라온다. 내가 원하는바는 아니니, 다음부터는 애초에 크기를 줄여서 올릴 일이다.

주변에서 2020.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