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가 설이다. 예전에 어렵게 조그만 사업을 할 때, 명절이 다가오면 물품 대금 어음으로 받아서 은행에 뛰어다니며 할인해서, 외상값, 직원들 떡값 나눠주고 거래처에 인사(선물)하고 나면 어떤 때는 우리 명절 지낼 돈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거래처에서 보내준 고기나 과일을 요긴하게 쓰기도 했다. 지금은 모두 끝이 나고, 습관적으로 오던 선물도 이제는 고사하고, 부담 없는 두세 군데, 아직 한 자락 걸쳐있는 은행에서 올해 천정부지인 과일을 한 상자, 공장이 있는 두포리 부녀회에서 떡국떡, 그리고 남편이 감사로 돼있는 시동생 회사에서 고기를 보내줘서 돈 안 들이고 설을 잘 쇨 것 같다. 어젯밤에는 뜬금없이 늦은 시간에 누군가 현관벨을 울렸다. 모니터로 보니 아랫집 젊은이가 아들 둘을 손잡고 서 있..